김정은의 ‘2개 국가론’(Ⅳ) : 득과 실, 그리고 대응책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국민대 겸임교수 김정은은 올해 정초부터 “한민족과 통일을 부정하며 적대적 2개 국가로 따로 살자. 만일 (대한민국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곧바로 점령, 평정, 수복, 편입시키겠다”고 위협하며 긴장 수위를 고조시키고 있다. 저의 국내외 언론들은 전문가 평가를 인용하여 “김정은의 4월 한국총선에 즈음한 남남갈등 조장 및 11월 미국대선 국면을 활용한 대미압박 전략전술” 측면에 강조를 두어 보도하고 있다. 로버트 칼루치 전(前) 미북 제네바핵협상대표를 비롯 유수 전문가들은 “한반도 핵전쟁 발발 가능성이 그 어느때 보다도 커졌다”는 우려감까지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의도는 물론이고 속배경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여 “북한판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사상이완 및 교류협력의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조치이며, 고 박정희 대통령의 1972년 10월 유신 비상조치와 유사하다”고 평가한바 있다(1.2/1.12/1.19자 데일리NK 곽길섭북한정론 참조). 득과 실 김정은이 이번 초특급 강경조치를 통해 ▲내부통제 강화 명분 ▲반윤석열정부 투쟁 동력을 확보하였다는 점은 앞에서 설명하였다. 이밖에도 ▲중·러와 연대 강화 기반 구축도 주목되는데, 미국과 전략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러의 입장에서는 김정은의 영구분단 행보가 대미 방파제(buffer zone) 역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므로 내심 반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최선희 외무상이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방러(1.15~17)했던 사실이 주목되는데, “새로운 법률적 기초위에 올려 세우고”라는 합의문 표현을 볼때 이미 공개된 푸틴 방북문제는 물론이고 1990년대초 한·소 수교 이후 폐기되었던 <러·북 우호협력조약(유사시 자동군사개입조항 포함)> 복원까지도 논의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조로 두 나라 관계를 전략적인 발전방향에서 새로운 법률적 기초에 올려세우고 전방위적으로 확대발전시키기 위한 실천적 문제토의에서 일치공감과 만족한 합의를 이룩하였다”(2024.1.20. 북한 외무상보좌실 공보) 한편 김정은의 실(失)은 곧 우리에게는 득(得)이다. 김정은은 앞서 설명한 3가지를 얻은 대신에 중요한 3가지를 잃었다. ▲통일의 주도권을 우리에게 넘겨 주었으며 ▲세습정권 정통성의 근간인 선대노선을 스스로 부정하는 악수를 두었으며 ▲국내외 친북세력의 입지를 어렵게 만들었다.
‘민족, 평화, 통일’은 79년간의 남북분단사에서 북한 통일전선전술의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였다. 그리고 김일성-김정일 유훈(遺訓)의 핵심 키워드였다. 그런데 김정은이 선대 수령의 무오류성을 걷어차고 합작(통일전선공작) 및 무력에 기초한 통일노선 가운데 한축을 전격적으로 포기한 것이다.
북한주민과 국내외 친북세력들이 굉장히 혼란스러워할 것이 분명하다. 혹자는 이를 ‘멘붕 상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조총련이 김정은 연설이후 “이제 통일을 안하겠다는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통전부에 다급히 문의하였으나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1.22 중앙일보 재인용)은 이같은 혼선을 웅변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우리의 대응방향 그럼 윤석열정부는 어떻게 해야할까? ▲1991년 12월 채택한 《남북기본합의서 정신과 기조》(“상대방 국호를 명기하였으나,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와 ▲《통일이 국가 지상목표》라는 점을 변화시켜야 할까? ①‘2개 국가론’ 거부 아니다. 김정은이 한민족과 통일을 포기했다고 해서 우리도 똑같이 행동해서는 안된다. 2개 국가론은 얼핏보면 “서로 내정간섭 하지 않고 체제를 운영할 수 있는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역사·전략·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즉 유구한 5천년 역사를 가진 국가 정체성 및 미래 청사진, 탈북민을 곧바로 대한민국 국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는냐의 국적 적용 문제, 북한내 급변사태 발생시 유엔이나 제3국의 승인없이 개입할 수 있는 정당성 등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이므로 계속 일관성(一貫性)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는 대한민국이다 ▲혈연, 문화, 역사는 누구도 자의적으로 끊을수 없다. 통일은 민족사적 소명이다는 핵심기조는 계속 견지하면서 ▲정식 국가이름 호칭(예:남북관계→한조관계), 조약 체결, 대표부 개설과 같은 일반국가 관계를 탄력적으로 배합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종의 ‘잠정적 북한 부분국가 인정론’이라고 할수 있다.
즉 과거 서독이 동독의 집요한 ‘2개 국가’ 요구를 거부하고 ‘1민족-1국가-1체제 통일’을 고수한 이유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서독처럼 통일을 당면 목표나 실행방안이 아닌 비전으로 두고 북한을 국제사회로 유도하여 실질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는(주민 스스로가 독재정권을 거부하고 대한민국 체제로의 통합을 원하게 만드는) 전략전술을 구사해 나가야 한다.
한편 남북한 교류협력은 북한의 거부로 인해 당분간 진행되기 어렵겠지만, 우리는 그 노력을 멈춰서는 안된다. 인류보편적 가치 구현(‘대의명분 선점’)과 북한체제 변화의 일환에서 계속 문을 두드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보완하고 유엔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보다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인도적 지원은 동포애와 세계시민의 관점에서, 경제협력은 국가 대 국가 거래에 준해 시행해 나가는 것이 기본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②예방정보 활동 강화 김정은은 올해 정초부터 2개 교전국, 제1주적, 전쟁, 영토완정을 비롯한 메카톤급 폭탄을 우리사회에 던져 놓았다. 따라서 북한은 ▲우리 및 국제사회 반응을 체크하면서 ▲중·러와와 공조 강화를 바탕으로 전략무기 도발, NLL 침범, 말폭탄 등으로 긴장 국면을 지속시켜 나가겠지만 ▲당분간 대외보다는 대내 문제에 보다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헌법 개정, 민족-통일관련 상징물 철거 및 용어 삭제, ‘지방발전 20x10 정책’ 세부계획 수립 등 김정은연설 후속조치 이행과 대적(對敵) 의식 고취를 위한 사상교육·학습회·관철결의모임 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외부로 다시 눈을 돌릴 때는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하여 헌법에 영토규정을 삽입한 이후가 될 것이다. 남북 및 대미 관계에 있어 ‘2개 국가론’의 첫 시험대는 연례적인 한미합동군사훈련, 푸틴 방북, 한국 총선(4.10) 등 굵직한 정치외교 일정이 예정되어 있는 3월중순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계절적으로도 북한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대북전단 살포에 적절한 남동풍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철저한 한미일 공조와 대중·러 전략전술 외교를 바탕으로 육-해-공-사이버-우주의 ‘제5 전선’에서의 다양한 도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해 나가야 한다.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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