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애 소고: 후계자 단정은 너무 이르다 -곽길섭(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
(요약) 김주애가 중국 전승절(9.3)에 김정은을 따라 방중함으로써 후계자 내정설이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과연 김주애는 김정은 후계자일까? 지난 방중은 중국을 비롯 전세계에 그의 위상을 각인시키기 위한 고도의 정치외교적 행위일까? 물론 ①중국방문 등 공개활동 다변화 추이 ②호칭 ③예우를 볼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 3가지 범주들은 후계문제의 본질(essence)은 아니다. 언제든 연출이 가능한 사안이다. 이에 반해 ▲김정은·김주애 나이 ▲김정은 유고에 대비한 ‘당제1비서’(당총비서의 대리인) 직제 신설 ▲유교적 남존여비 문화 ▲5대 수령의 성(姓) 문제 등 10여가지 의구점은 상식이자 구조적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학계, 정부, 언론은 성급하게 속단해서는 안되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계속 추적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편 지금 우리사회가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김주애 이슈가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주민의 삶’ 문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문제 제기
“오늘도 아빠와 함께 군인아저씨들 행사에 다녀왔다. 아빠는 엄마와 같이 가면 될텐데, 왜 굳이 나를 데리고 다닐까? 아빠가 나를 이뻐하고 기대하는게 많은건 알지만, 솔직히 나는 친구들과 집에서 맛있는거 먹으며 인형놀이도 하고 재미난 영상을 보는게 더 좋다. 요즘들어서는 외국인 만날 때도 같이 가자고 하고, 요구하는 것도 갈수록 많아진다. 엄마처럼 머리 올리고 하이힐도 신으라고 하고 살도 빼라고 한다. 행사에서의 행동요령 각본도 미리 읽어 보라고 준다. 지난번 축구장에 가서 경기가 끝날때까지 앉아있을 때는 정말로 싫었다... 그렇지만, 아빠를 실망시켜서는 안된다. 잘 해야지.”.
주1)필자의 과도한 상상일 수도 있으나, ‘김주애는 아직은 12살 어린 소녀’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감정이입을 해보았다.
2022년 11월 18일 당시 만 9살에 불과한 어린 나이에 김정은의 손에 이끌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발사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3년 가까이 동안 또래친구들과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김주애의 솔직한 속마음 이 아닐까 추론해 보며, 오늘의 소고를 시작한다.
김정은이 2025년 9월 2일 이른바 중국의 전승절(9.3) 참석을 위해 베이징역에 도착했을 때 김정은 뒤에서 내리는 김주애를 포착한 1장의 사진이 ““김주애 첫 외교무대 데뷔....北 후계자 신고식”(2025.9.2 한국경제) 등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큰 이슈가 되었다. 과연 김주애는 많은 전문가와 언론의 평가처럼 김정은의 후계자 일까? 지난 방중시 동행은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김주애를 후계자로 각인시키기 위한 고도의 정치외교적 행위일까? * [그림1]김정은과 김주애의 중국 베이징역 도착 장면(9.5자 한국일보 인터넷판 보도사진 재인용)
우리는 중요현안을 관찰하고 평가할 때, 그 분석 스펙트럼을 0~100까지 가능성을 모두 열어 두어야 한다. 특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 폐쇄국가 북한을 대상으로 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필자도 김주애가 후계자로 낙점되었을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상식과 전례에 너무나 맞지 않아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을 견지해 오고 있다. 이번 방중 동향도 ‘후계자설’을 직접적으로 백업(back up) 해주는 증좌라기 보다는 극장국가 북한이 치밀한 계산하에 전개한 선전선동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주2)클리포드 기어츠가 개념을 규정한 ‘극장국가(Theatre State)’는 권력자와 피지배 관계를 ‘연출자(연기자)와 관람자 관계’로 상정하고 상징적인 의례와 구경거리에 상호 동참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하는 국가를 지칭한다. 세부 내용은 『김정은 대해부』(곽길섭 지음, 2019.2 선인) 100쪽을 참조하면 된다.
즉 필자는 김주애의 등장 배경과 관련하여 3가지 포인트, ▲김주애를 미래세대의 아이콘(icon)으로 만들어 ▲핵·미사일 개발 등 김정은 통치행위에 대한 내외의 관심을 증폭시키고(‘cameo effect’) ▲김씨일가로의 영구세습을 당연시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intro effect’) 기획연출극의 성격을 강조해오고 있는데, 이번 깜짝방중 동행(베이징역 도착시 처음 노출)을 통해서도 이같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한다.
주3)조선중앙TV는 김정은이 귀국한후 하루도 안지난 6일에 50분 분량의 방중기록영화를 방영했는데 김주애 베이징 도착 장면을 비롯 주중대사관, 귀국열차안, 평양역에서의 모습 등이 포함되어 있다,
지금부터는 이같은 기조하에 필자가 생각하는 ‘김주애 후계자설’의 한계와 반박 논리를 적시해 봄으로써 학계와 정부의 복합적·균형적 사고에 일조하고자 한다.
후계자 내정설에 보다 신중해야 할 이유
첫째, 우리가 김주애에 대해 알고 있는 것, 다시말해 김주애를 후계자로 단정하는 주장의 핵심은 ①공개활동(군사관련 행사에서 시작하여 민간, 외교 부문으로 점차 확대) ②호칭(2022년 11월 ‘사랑하는 자제분’, 2023년 11월 ‘샛별 여장군’, 2024년 3월 ‘향도의 위대한 분들’/2025년 5월 주평양러시아대사관 방문시에는 ‘가장 사랑하는 따님’) ③예우(주석단 중앙 착석, 군고위장성이 무릎꿇고 경례, 김여정이 김주애를 공손히 안내) 등 3가지 범주로 요약되는데, 문제는 이러한 것들이 후계문제의 본질은 아니며 북한 선전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연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 [그림2]2024.3.18자 연합뉴스 그래픽 캡처 인용
둘째, 김정은 나이(1984년생)가 후계자를 선정하기에는 아직 젊다는 점이다. 일부에서 김정은이 초고도미만(140kg)에 심혈관질환 관련 가족병력, 과음·헤비 스모커 등 나쁜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후계자를 조기 내정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김정은이 이제 막 중년에 들어섰고 ▲활발한 공개활동 ▲첨단 건강관리시스템 등을 고려해 볼 때 설득력이 약하다.
셋째, 김정은 신변관련 혹시 있을수 있는 급변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는 이미 2021년 1월 8차 당대회 규약 개정을 통해 ‘당제1비서’(당총비서의 대리인) 직제를 신설해 두었다. 따라서 불필요한 억측과 권력누수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후계자 지명, 그것도 10대초반의 어린 딸을 조기 내정하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 즉 김정은정권의 위기관리 시스템은 후계자가 아니라, 언제든지 정치국 상무위원회 5인이 모여 결정하면 되도록 정비해둔 ‘당제1비서’ 직제이다.
* [표1]당총비서·당제1비서 선출 관련 8차당대회 수정 당규약: 필자가 북한의 8차당대회 수정 당규약에서 관련내용을 발췌하여 정리
주4)현재 공석으로 운영중이지만, 김정은 신변에 이상이 발생하면 백두혈통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대남-외교문제를 총괄하고 있는 김여정 또는 조용원 당조직비서가 곧바로 보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무엇보다도 김주애(2013년생)가 너무 어리다는 점이다. 최소한 대학은 졸업해야 하고 실무수업, 공동통치 경험도 필요한데, 지금은 단순히 의전행사에 참가하는 수준일 뿐이다. 꽃, 인형, 얼굴마담 등에 비유하는 것도 그리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진정한 후계자가 되려면 소양교육과 실무체험이 상당기간 선행되는게 기본이다.
다섯째, 호칭과 관련해서도 아직까지 이름 3자도 밝힌 적이 없으며, 직책이나 고유 상징어도 없다.
주5)북한은 후계자를 공식화하기 이전 김정일을‘당중앙’, 김정은을‘청년대장’으로 상당기간 호칭하였다.
만약 후계자로 내정되었다면 이건 정상이 아니다. 한편 후계 지위를 강력히 뒷받침했던 ‘샛별 여장군’ ‘향도의 위대한 분들’ 호칭에서도 특이동향이 포착된다. 즉 ‘샛별 여장군’은 2023년 11월 17일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내부강연회에서 동 호칭이 사용되었다고 보도하였으나, 이후 추가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 향도의 위대한 분들’도 노동신문이 2024년 3월 15일 평양 외곽 강동종합온실 준공식에 참석한 김정은 부녀를 지칭하며 사용하였으나, 오후 조선중앙TV는 녹화 보도물을 내보내면서 동 호칭을 빼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당과 정부, 군부의 간부들과 함께”로 대체하였으며 이후 재사용하지는 않고 있다.
여섯째, 다음으로는 문화적 배경도 만만치 않다. 북한은 봉건사회의 남존여비 사상이 아직도 횡행하고 있는 사회이다. “여자가 수령이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 탈북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일부에서 김주애 우상화(후계자설) 보도가 늘어남에 따라 생각을 바꾸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으나, 북한에서 여성의 지위는 극도로 열악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
주6)김여정, 최선희, 현송월 등이 김정은 측근으로 활동하는 것은 지극히 일부의 예외적 현상이다.
일곱째, 보다 실제적인 문제는 만약 김주애로 승계되었을 경우, 5대 세습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김주애의 남편이 최씨나 이씨 등 타성(他姓)일 경우 수령은 김씨가 아닌 남편의 성(姓)으로 바뀌어져야 한다. 이는 이른바 ‘대를 이은 백두혈통 승계’ 원칙을 위반하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여덟째, 최근에는 김주애가 각종 행사에 참석한 동향이 사진으로는 확인되었지만, 신문과 방송의 참석자 보도시에 불려지지 않는 경우도 간헐적으로 확인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번 방중때도 ‘사진만 있지 말은 없는’ 같은 패턴이 반복되었다.
아홉째, 김주애 방중이 중국 등 세계에 후계자로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면, 왜 공식행사에 나타나지 않았을까? 천안문 광장 망루에 김정은과 같이 올라서지 않은 것은 시진핑 스포트라이트 퇴색 등을 고려했다치더라도 시찰·연회 등 다양한 행사에는 노출시켰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열번째, 보다 근본적으로는 만 9살부터 시작된 행사 참석(의전 수업)이 과연 후계자 수업의 본질이냐에 대해서도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진정한 후계자 수업은 통치술과 정책적 능력을 보여주는데 필요한 인성교육, 제왕학 공부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2022년 11월 최초 등장 장소와 복장이 후계자 컨셉과는 맞지 않았던 점 ▲아직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에 공식 참배를 하지 않고 있는 점 ▲논란은 있지만 김정은이 장남에게 은밀히 제왕학 교육을 시키고 있을 가능성(남동생도 포함) 등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결론 및 제언
김주애 후계자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국가최고정보기관인 국정원이 김주애를 유력한 후계자로 인정했다는 사실을 부각하고 있는데, 이는 정확한 사실이 아니다. 국정원은 “현재로서는”, “다만”, “변수가 많다” 등과 같은 단서조항을 달고 가능성만 이야기하고 있는데, 앞뒤 문맥을 무시하고 후계자라는 특정표현만을 편의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주7) “김주애 공개활동 내용과 예우 수준을 분석했을 때 현재로서는 김주애가 유력한 후계자로 보인다. 다만, 김정은이 아직 젊고 건강에 큰 문제가 없는데다 변수가 많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주시하고 있다”(조태용 국정원장후보자 인사청문회 서면답변 자료, 2024.1.4자 연합뉴스)/한편 박지원·김규현 전 국정원장도 퇴임이후 공개 인터뷰·세미나 등에서 “김주애 보다 아들에 보다 무게를 두는” 발언을 계속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시점에서 김주애를 후계자로 단정하는 것은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김주애의 공개활동, 호칭, 예우 등은 북한당국이 연출할 의도가 있으면 얼마든지 기획·조작이 가능한 것들이다. 반면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10여가지 부정적 사유는 상식이자 구조적 성격이 강하다. 김정은 41세·김주애 12세에 불과하고 후계문제 관련 회의 또는 지시도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 너무 앞서 나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필자가 생각하는 김정은·김여정 주도 기획연출의 숨은 의도는 ①핵-미사일 고도화·방중외교 등 북한의 당면현안에 대한 내외의 관심도 제고(김주애는 꽃, 조명과 같은 역할: cameo effect) ②논점 흐리기(대북제재 강화와 같은 후속 압박조치 논의가 아닌 김주애로 시선이 집중되게끔 유도) ③백두혈통으로의 영구승계 당연시 분위기 조성(4대 부자세습의 도입부: intro effect) ④김정은의 가족과 미래세대에 대한 관심(애민지도자 이미지) 부각이며 ⑤혹시 있을 수 있는 외과수술식 타격 예방(경호 차원)도 상정해 볼수 있다. 주8)세부내용은 ‘김주애 종합평가: 카메오&인트로’(2024.3.18자 데일리NK 곽길섭북한정론)을 참조하면 된다.
따라서 학계와 정부, 언론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적하되 속단하지는 말자. 후계문제는 후보군 소양교육 및 김정은 관찰 → 김정은 결단 → 공개·비공개 후계수업(필요시 초급간부 직위 부여) → 후계자 내정, 정책활동 보좌 → 후계자 공식화 → 공동통치 → 권력승계와 같은 다단계 과정(process)을 거치는 긴 노정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연출 장단에 맞춰 섣불리 예단하거나 흥미본위로 접근하다가는 정작 중요한 핵·미사일 문제, 김정은정권 폭정 등과 같은 본질을 놓칠 수 있다. 김정은이 ‘극장국가의 능수능란한 연출자’이자 ‘콤플렉스와 야망을 지난 승부사’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