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풍선 테러’ 진단과 해법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 한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때이다. 올해 남북관계 화두(話頭)는 뭐니뭐니 해도 민족과 통일을 전면 부정한 김정은의《적대적 2개국가론》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연말연초 김정은의 2차례(12.30 당전원회의/1.15 최고인민회의) 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을 제1주적·교전국으로 규정하고 민족화해협력·통일과 관련한 용어 삭제와 상징물 파괴, 대남통일전선 조직 폐지, 남북연결 도로 폭파·송전선 철거, 군사분계선내 차단방벽 설치, 대한민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한 헌법 수정과 같은 반민족·반통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의 ‘오물풍선 테러’는 이같은《적대적 2개국가론》을 실천하기 위한 핵심수단으로서 무차별적인 공격성(aggression)을 특징으로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32차례 자행되었다. 분뇨를 비롯해 각종 생활쓰레기들이 담겨져 있는 오물풍선은 우리 국민들에게 큰 혐오감을 주고 있으며 앞으로 생화학테러 물질도 포함되지 않을까 하는 공포심까지 자극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글은 이같은 북한의 비이성적 행보를 복기(復棋)한후 대응방향 아이디어를 제시함으로써 북한 바로알기와 바른 대북정책 시행에 일조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배경과 성격 북한은 올해 5월 28일 첫 ‘오물풍선 테러’를 자행하면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10일에 보낸 대북전단에 맞대응하는 차원이라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이는 순전히 핑계(excuse)일 뿐이다. 테러 작전이 민간단체 살포이후 18일이나 지난 시점에 시작되었다는 점과 직전에 24일 당정치국회의 군총참모부 보고와 25일 국방성 담화를 거쳐 이루어진 점을 고려해볼 때 ▲철저히 계산된 시나리오에 기초한 ‘다목적 심리전’이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통해 주목받은 ‘하이브리드전(hybrid-war)을 한반도에 접목해 보는 성격’까지 내포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필자는 북한이 ‘오물풍선 테러’를 2019년 2월 하노이 외교 대참사(no deal)이후 추진중인 ‘강대강 정면돌파전’의 연장선상에서 보고 있으며, 보다 직접적으로는 김정은이 주창한《적대적 2개국가론》을 실천하는 핵심수단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실제로 김정은은 테러 직전에 주재한『5월 24일 당정치국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군총참모부 현안보고를 청취한후 관련명령을 하달하였다. 지시내용은 다음날 국방성부상 김강일 담화를 통해 어느정도 유추해 볼수 있었는데, 동 담화는 한미합동군사훈련, 민간의 대북전단 살포, 대한민국 해군의 북방한계선(NLL) 침범을 문제 삼으며 강경대응을 경고하였다. 이후 북한은 정찰위성 발사, 오물풍선 살포, 600밀리 초대형 방사포 시험발사, 서해 GPS 전파교란, 북한군 군사분계선 침범, 휴전선 대남확성기방송 시설 및 방벽 재설치 등 다양한 도발을 연쇄적으로 자행했으며 지금도 진행중이다. 이같은 도발을 통해 북한이 노리는 것은 ▲보여주기식 위협 행보와 전쟁 위기감 조성 전술을 통해 ▲내부적으로는 주민총동원태세를 구축하고 ▲대남적으로는 남남갈등이 증폭되게 함으로써 ▲《적대적 2개국가론》의 완전 정식화, 김정은정권 공고화 기반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이와함께 유사시 우리 방공망을 무력화하는데 필요한 군사데이터를 수집하는 것도 중요한 목적중의 하나라고 평가한다. 우리 대응은 적절했는가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오물풍선 테러’ 작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듯 하다. 당연한 일이다. 누군들 그런 기괴한 착안을 할수 있겠는가? 그래서 초동대응이 신속하지 못했고 대응논리로 서툴렀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북한이 최초로 테러작전을 전개한후 5일이 지난 6월 2일이 되어서야 소집되었으며, 군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원론 수준의 브리핑만 내놓았다. 이에 따라 김여정으로부터 “풍선이 날아가는 방향에 따라 ‘표현의 자유’와 ‘국제법’이 규정되는가, 뻔뻔스러움의 극치”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이후 대한민국 정부는 ▲오물풍선 살포 중단 촉구 ▲(북한정권이 매우 아파하는) 대북확성기방송 재개 경고와 부분 실시로 대응하다가 ▲북한 도발이 오히려 더 에스컬레이트되자 6월 21일부터는 대북확성기방송을 모든 전선에 걸쳐 실시하고 있다. 한편 야당을 비롯한 이른바 진보진영은 북한의 비정상적 악행을 규탄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하기 보다는 ▲북한주민의 알권리와 생존권 보장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탈북민(단체)와 정부의 원칙있는 대북정책을 비난하고 ▲“전쟁이냐 평화냐”의 억지논리로 국민불안감을 자극하면서 ▲민간의 대북전단 살포 원천 봉쇄와 원론적인 남북평화론을 설파하는데에만 열중하고 있다. 지난 시기 그들이 목숨을 걸며 외쳐온 자유·민주(다양성)의 가치와 매순간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북한주민의 삶은 안중(眼中)에 없는 듯 하였다. 차제에 남과 북의 전단살포 성격을 보다 분명히 하자. 대한민국은 당국이 아닌 민간단체가 살포의 주체이다. 이들이 날리는 대북전단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에 기초해 극소수의 인원이 자발적으로 아주 조악한 수준의 기구를 활용하여 외부소식을 북한주민들에게 간헐적으로 전하고 있다. 이에반해 북한은 당국이 직접 나서 고가의 기구를 이용해 대규모 인적·물적 피해를 유발시킬수 있는 다양한 물질들을 연쇄적·대대적으로 내려보내고 있는 것이다. 양비론·쌍중단론은 외견상 그럴듯해 보이지만,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와 암흑세계에서 신음하고 있는 북한동포들을 포기하고 독재자의 손을 들어주는 최악의 행위일 뿐이다. 이른바 진보진영은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고 있다. 그들의 손가락과 입이 향할 곳은 독재자 김정은인데 말이다. 진정한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도 대응시 첫 단추를 잘 끼웠어야 힜는데 그러지 못했다. 차라리 북한이 오물풍선을 처음 날려보냈을때《전단은 OK, 그렇지만 오물은 절대 NO》로 대응했더라면, ▲민간의 대북전단 살포 명분도 얻고 ▲북한의 저급한 행동에 대한 비판여론도 더욱 강하게 일어나게 할수 있었을 것이며 ▲북한이 정당한 요구를 계속 거부할 경우, 우리도 당국 차원에서 전단작전을 재개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북한의 향후 움직임은 북한이 지난 6개월여간 전개해온 오물풍선 테러는《적대적 2개국가론》정식화를 위한 사전공작, 서막일 뿐이다. 10월 7일부터 8일까지 진행된 최고인민회의를 기점으로 무인기 평양영공진입 삐라살포 사건, 군사분계선 북측지역 남북연결도로 폭파를 연출하고 비난담화, 집체교양, 대규모 궐기대회 등을 통해 대적의식을 고취하는 가운데 우리사회내 반정부투쟁과 남남갈등을 증폭시키기 위한 도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여정이 전면에 나서 입에 담기 어려운 막말을 쏱아내고 있는데 한달보름여동안 발표한 비난성명만 해도 10회에 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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